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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일 피란민 삶의 터전’ 대한민국 수도 부산을 만나다
- 게시일2018.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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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일 피란민 삶의 터전’ 대한민국 수도 부산을 만나다
부산은 한때 대한민국의 수도였다. 한국전쟁(1950~1953) 1023일 동안 부산은 대한민국의 임시수도이자 전국에서 몰려든 피란민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부산 거리에는 임시수도가 들어간 길 이름이나 안내판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당시의 역사와 피란민들의 애환을 보여주는 문화유산도 곳곳에 남아 있다. 지난 1월에는 ‘피란수도 부산’의 모습을 간직한 8개의 문화유산이 한국의 20세기 근대유산으로는 최초로 유네스코 문화유산 잠정목록에 올랐다.

▲ 한국전쟁 당시 청와대 역할을 한 임시수도 대통령 관저.
임시수도 대통령 관저와 정부청사
북한의 남침으로 전쟁이 터지고 서울을 빼앗기자 정부는 수도를 부산으로 이전했다. 임시수도 대통령 관저(현 임시수도기념관)는 정전 협정이 이뤄질 때까지 약 3년 간 지금의 청와대 역할을 했다. 피란수도기의 긴박했던 국방, 외교, 정치 등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던 상징적 공간이다.

▲ 임시수도기념관 내부에 복원된 당시 대통령 관저 응접실.
1926년 일제강점기 당시 경상남도 도지사 관사로 만들어진 건물로 일본식과 서양식의 건축 양식이 혼재돼 있다. 부산시는 1984년 이곳에 임시수도기념관을 개관했다. 1층에는 대통령 관저로 쓰던 때의 응접실과 집무실을 재현했고, 2층에는 이승만 대통령의 유품과 함께 전쟁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 피란정부의 일상적인 국가 업무가 이뤄진 임시수도 정부청사. 현재는 동아대가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임시수도기념관에서 내려다보면 임시수도 정부청사(현 동아대 석당박물관)가 보인다. 국무회의소와 국무총리실을 비롯해 8개 부처 등 정부의 주요 기관들이 모여 있던 곳으로 피란정부의 일상적인 국가 업무가 여기서 이뤄졌다. 지금은 동아대학교가 박물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보 2점, 보물 12점을 비롯한 중요 문화재가 많이 소장돼 있으며 3층에 가면 당시의 건물 도면과 지붕 구조도 볼 수 있다. 임시수도 대통령 관저와 함께 대한민국 근대사의 정치사회적 변화를 간직하고 있는 대표적 근대 건축물이다.

▲ 일제강점기 때 일본으로 소가 반출되기 전 검역 기간을 거쳤던 소막사는 한국전쟁으로 갈 곳 없는 피난민들의 거처가 됐다. 사진은 소막사 지붕이 남아 있는 우암동 소막마을의 개조된 주택.
피란민의 삶의 터전, 우암동 소막마을
한 사람이 겨우 다닐 만한 좁은 골목 사이로 낡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우암동 소막마을. 골목 어귀에서 올려다보면 반쪽짜리 소막사 지붕이 보이는 이곳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으로 소들이 반출되기 전 검역 기간을 거치던 소막사였다. 흥남철수 이후 늘어난 피난민을 수용할 시설이 부족해지자 피난민들이 판자로 칸막이를 치고 거처로 삼았다. 최근 소막마을은 근대문화유산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피란수도 부산’ 문화유산의 김승회 해설사는 “지금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들지만 참담한 상황에서도 피란민들이 포기하지 않고 삶을 이어갔음을 보여주는 곳”이라며 “그것이 현재의 대한민국을 발전으로 이끈 원동력이 됐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해설사는 “우암동 소막마을은 당시 피란민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문화유산”이라며 “올해 안에 유네스코 문화유산 잠정목록에 추가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유엔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인 유엔기념공원에는 11개국 전사자 2300명의 유해가 안장돼 있다.
평화 위해 싸운 참전용사 잠든 유엔기념공원
“당신의 내일을 위해 나의 오늘을 바쳤습니다.”
유엔기념공원 추모관 영상기록물에 등장하는 한 참전용사의 말이다.
한반도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젊음을 바쳐 싸우다 전사한 유엔 참전용사들이 잠든 기념공원은 기록적인 폭염도 아랑곳없이 헌화를 하는 내국인과 외국인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곳은 유엔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다. 1951년 유엔군 사령부가 조성한 뒤 대한민국 국회가 1955년 유엔에 토지를 영구히 기증했다. 현재 영국과 터키, 프랑스 등 11개국 전사자 2300명의 유해가 안장돼 있으며, 11개국으로 이뤄진 유엔기념묘지 국제관리위원회가 관리하고 있다.
부산시 도시재생과 피란유산등재팀 하병엄 주무관은 “평화를 수호하는 데 청춘을 바쳤고 끝내 희생된 영혼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라며 “국제 정세가 평화를 향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지금 전쟁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심어준다”고 설명했다.

▲ 전 세계 유일의 유엔묘지인 유엔기념공원에 세워져 있는 한국전쟁 참전국들의 국기.
현재 잠정목록에 등재된 피란수도 부산 유산은 임시수도 대통령 관저 및 정부청사, 유엔기념공원 이외에도 전쟁 당시 유엔군의 군수물자·원조물품 입항지였던 부산항 제1부두, 매일 매시 기상관측으로 군사작전과 피란민생활에 도움을 준 국립중앙관상대(현 부산지방기상청), 연합군의 낙동강방어선 총 지휘 본부였던 유엔지상군사령부(현 부경대 워커하우스), 각국 외교 창구이자 문화교류의 창구였던 미국대사관 겸 미국공보원(현 부산근대역사관), 주한 미군 부산기지사령부로 사용됐던 하야리아 기지(현 부산시민공원) 등 모두 8곳이다.
부산시는 부산관광공사와 함께 2025년 잠정목록 등재유산의 최종 등재를 목표로 피란수도 문화유산 해설사 양성, 피란수도 부산세계유산 시민아카데미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