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개
[가을] 달
달
보름달
정의
지구에 가장 가까운 위성이자 우주적 생명력의 전형으로 믿어진 종교상징물. 천체. |
달의 상징성
달은 그 둥긂으로 말미암아 원만과 구족함의 상징이 되기는 하지만, 이내 찼다가 기우는 것이 달이다. 기욺과 참을 번갈아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달의 결영(缺盈)주1은 연속적이고 동시에 반복적이다. 초승달에서 반달로, 다시 보름달로 옮겨가기까지 그 둥글어져 가는 과정이 빈틈없이 점진적이고 연속적이다. 그것은 생명의 점차적인 성장과도 같은 것이다. 사람으로 비유하면 아기에서 어른으로 자라나는 과정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던 달은 거꾸로 보름달에서 반달로, 그리고 다시 그믐달로 이울어가게 된다. 이것은 역으로 생명의 퇴조와도 같은 것이다.
장년에 다다른 한 인간이 늙은이를 거쳐 죽음에 다다르게 되는 과정과도 같은 것이다. 한편, 달은 이와 같은 참과 이욺을 주기적으로 되풀이한다. 그믐달이 사라지고 초승달이 다시 돋아나기까지 달이 완전히 모습을 감추는 사흘 동안을 계산하게 된다면, 이러한 결영의 반복은 마치 하나의 생명이 성장, 퇴조하고, 죽음에 다다르는 일을 되풀이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리하여 달은 매우 높은 상징성을 가지게 된다. 죽음을 아주 면하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 비록 죽음에 든다고 해도 다만 일시 죽음에 들 뿐, 재생과 회생을 거듭하는 ‘죽음 있는 영속하는 생명’, 그것을 달은 상징하게 되는 것이다. 오직 한번, 지상의 삶을 누릴 뿐, 이내 죽음에 들고나면 그뿐이라는 자기인식을 가지게 된 인간들에게 달의 상징성은 아주 결정적인 것이 된다.
달과 생활력
음력, 곧 태음력은 말할 것도 없이 ‘달의 역(曆)’이다. 물론, 음력의 음(태음)은 단순히 달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양(태양)과 함께 우주적 조화의 궁극적인 이원소(二元素)를 이루고 있는 것이 음이다. 그러나 달은 그 태음의 정(精)으로 간주된 것이기 때문에 태음력을 곧 ‘달의 역’으로 간주해도 무방할 것이다. 전통 농어촌사회에서 달의 역인 음력은 크게는 생활력이자 농사력이었다.
달의 명절인 대보름(上元)과 중추(中秋)는 서로 짝지어져서 농사력의 시작과 결말을 뜻하고 있다. 상원이 달에게 바치는 농경의 예축(豫祝)을 위한 명절이라면, 중추는 농경의 수확을 달과 더불어 갈무리하는 명절이기 때문이다. 참다운 농사력의 시작이 상원이고 그 끝이 중추라고 본다면, 우리의 농사력은 달로 시작되고 달로 끝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정월초하루부터 보름까지를 통틀어서 ‘설쇠기’로 볼 수 있다. 초하루에서 비롯된 각종 기년 행사(祈年行事), 말하자면 ‘해빌이’가 상자일(上子日)에서 상해일(上亥日)에 이르는 12일 동안의 기축(祈祝)과 금기(禁忌)로 다져진 뒤 보름날에 다다라서 절정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정월초하루에서 보름에 이르는 각종 기년 행사의 점층적인 진행이 달이 둥글어져 가는 과정, 즉 달의 점층적인 진행과 병행하고 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달에게 일년농사의 풍족을 미리 예축하는 상원행사는 달을 대상으로 한 점복행위(占福行爲)와 짝지어져 있다. 이것은 ‘달의 역’에 어울리는 한 해의 참다운 시작이 정월대보름임을 보여주고 있다. 정월대보름은 한 해의 첫 만월이기 때문이다. 다른 달의 보름은 작은 보름이라는 것을 상대적으로 전제하지 않고는 상원에 대자가 붙을 수 없다. 대보름의 대가 큰 대자라는 것은 상원의 중대함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들은 또 하나의 보름인 추석이 ‘한가위’라고 불리고 있음을 연상하게 된다. 한가위의 ‘한’ 또한 대(大)나 다(多)를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일년 동안 열두 번 있게 되는 보름 가운데 상원과 중추의 보름에만 ‘대’나 ‘한’을 씌워서 이름 붙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두 보름이 특별한 보름임에 대한 증거이다. 상원은 농사력이 시작되는 참다운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보름이라는 점에서, 한가위는 한 해의 농사력이 마무리되는 보름이라는 점에서 중대한 의의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들은 한 해 동안 두개의 대(한)보름을 가지고, 그것으로써 농사력의 시작과 끝으로 삼을 만큼, 만월에 대한 믿음과 꿈을 가꾸어왔던 것이다.
그것은 곧 풍요와 번영과 생명력에 대한 믿음이자 꿈이었던 것이다. 보름달이 둥글고 밝은 만큼, 우리들의 믿음과 꿈도 부풀고 또 빛을 더하였던 것이다. 대보름날은 세시풍속 전체로 볼 때, 가장 부푼 날, 가장 둥근 날이다. 그것은 세시풍속에 따르는 어떤 명절도, 대보름만큼 풍족하고 다양한 고사며 점치기, 그리고 놀이를 갖추고 있지 않음을 의미하고 있다. 그만큼 대보름은 명절 중의 명절이다. 대보름날 각종 행사의 핵은 아무래도 달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세시풍속이 일반적으로 그렇듯이, 달에 대한 기년 행사도 점치기와 기축과 놀이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이 행사는 따로따로 치러지기보다는 하나로 어울려 복합적으로 치러지는 것이다.
달의 춤들
상원 세시풍속의 그 같은 의의는 상원 세시풍속의 일부인 「 강강술래」에서도 유추될 수 있다. 오늘날 우리들은 「강강술래」를 단순히 아름다운 민속무용으로만 알고 있으나 그것은 원천적으로 ‘달의 춤’이었던 것이다. 민간어원설에 불과한 이른바 임진왜란 기원설에 오염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 춤의 형상 자체가 이미 ‘달의 춤’임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강강술래」는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호남의 남서해안지대에 퍼져 있는 민속집단무용이다. 주로 대보름과 한가위에 노는 이 춤은 여성들만의 춤이라는 특색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후렴이 지역에 따라서 “강강 수월래”, “강강 술래”, “광광 술래”, “광광광 술래”로 달라지듯이, 춤사위며 춤의 형태에도 약간의 지역적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강강술래」는 원칙적으로 동그라미춤[圓舞, 또는 圓陣舞]이다.
강강술래
안동지방의 「놋다리밟기」도 부분적으로는 원진의 달춤이었음을 여기서 덧붙이고 싶다. 정월대보름날 「강강술래」라는 이름의 달춤을 추는 여인들은 달의 신생력과 재생력, 그리고 그 풍요의 원리를 지상에 옮겨서, 지상의 것으로 삼으려는 그들의 소망 그 자체를 춤으로 추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달춤을 추는 여인들을 지상의 월궁 항아(月宮姮娥)라고 하여도 그것은 결코 시적인 과장에만 그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주석
주1 기욺과 참.
* [출처: 달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무단전재 -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