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개
[겨울] 김장
김장
김장김치
김치통에 담은 김장김치
정의 매년 11~12월 사이 한겨울 동안 먹을 많은 양의 김치를 한꺼번에 장만하는 일. |
내용
김장은 배추 등 주재료를 절단해 절였다가 씻어서 물기를 빼는 준비과정, 고추·마늘·생강·갓·무채 등을 채 썰거나 찧어서 젓갈과 버무려 김칫소를 만드는 과정, 완성된 김칫소를 배춧잎 사이사이에 켜켜이 넣는 과정을 최소 2~3일간 순차적으로 해야 하는 대작업이다. 김치는 삼시 세끼 한국인의 밥상에 빠지지 않고 올랐던 일상식이자 필수 반찬이기 때문에 장만해야 하는 양도 상당해 여러 사람의 노동력이 필요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가족과 이웃들이 돌아가며 온종일 일손을 거들다 보니 김장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담근 김치를 나누어 주는 김장 품앗이는 자연스레 늦겨울의 풍습으로 정착하였다.
1980년대 이후 한국의 김장 풍속은 급속도로 변화를 맞게 된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거주 인구의 증가로 다량의 배추를 절일 공간과 저장 장소가 마땅치 않았고 옆집 사람이 도와주던 김장 품앗이도 사라졌다. 또한 김치 소비가 감소하면서 김장의 양이 대폭 줄어 가족만으로도 작업이 가능했고 절임배추의 상품화와 김치냉장고의 등장으로 축소・변형된 형태의 김장이 지속되었다. 집마다 천차만별인 김치맛을 고수하고자 하는 욕구가 여전히 존속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김치 제조 지식 보유자가 줄거나 노령화되고, 시공간적 제약으로 가족조차 공동노동에 참여하기 어려워지면서 점차 집에서 김장하지 않는 실정이다.
김장 인구의 감소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준 요인은 외식업 발달, 서구식 선호, 대체식 발달 등에 따른 가정 내에서의 김치 생산과 소비량 감소 등이다. 게다가 김치공장에서 제조한 상품 김치를 사계절 아무 때나 구매할 수 있게 되었으니 대량의 김치를 한번에 만들어두고 저장해 두어야 할 필요성이 사라졌다. 섭취량이 줄었기 때문에 사 먹는 김치의 구입 가격도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 이제 김장철에 시판 김치를 사 먹을 것인지, 집에서 담글 것인지는 개인의 선택 문제가 되었다.
김장과정
특징 및 의의
대량의 채소를 저장하기 위한 공동노동에서 배태된 김장문화가 21세기 고도의 산업화시대에 그대로 유지되기는 어렵다. 김장을 실내에서 하는 가정이 많아져서 추운 날씨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고, 재료가 냉해를 입을까 걱정하는 것은 산지·유통업체의 몫이므로 김장 날짜를 정하는 데 제약 요인은 날씨와 작황이 아니라 오히려 김장에 동원 가능한 가족 구성원이 많이 모일 수 있는 날이 언제인지가 되었다. 부모·친척으로부터 김장김치를 공수해 와야 하는 목적이 분명하다 보니 제사나 명절보다 실리적인 가족 행사로 변모하였다. 그 결과 가족이 함께하는 김장에 불참하더라도 김치를 얻어가는 대신 금전적인 대가를 지불하기도 한다. 김장의 범위가 가족 단위에서 벗어나 확장되는 경향도 점차 생겨나고 있다. 담그는 법을 잘 모르기도 하고,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고 어려워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동 김치 담그기 행사나 축제가 많아졌다. 과거 김장 공동체끼리 김치를 나누었던 미풍을 살려 김장철마다 지자체・지역공동체·자원봉사단체 등에서 주최하는 김장 행사의 숫자도 늘고 있다.
이처럼 김장의 실질적인 중요도가 떨어져 가던 가운데 전 국민이 그 가치를 환기하게 된 계기가 있었으니, 2013년 12월 ‘김치와 김장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로 한국인의 김장 풍습이 인류가 보전해야 할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의 지위를 획득하면서이다. 덕분에 김장 행사에 참여하고 나누는 일이 귀중한 문화자산을 보존・계승하는 활동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김장을 포기했던 사람들이 사회적 김장에 동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개인적으로 김장김치가 필요하지 않음에도 회사 김장 봉사 이벤트에 참여하기도 하고, 만드는 법을 모르거나 재료 준비가 어려운 주부들은 김치 담그는 법을 배워가며 아이들과 함께 김장 추억을 만들기도 한다. 여기에서 담근 김치는 사회적 약자층에 기증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행사는 확장된 형태의 김장공동체문화라고 할 수 있다. 2015년에는 북한의 김장문화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김치가 분단된 한민족의 동질성을 확인할 수 있는 음식문화라는 점을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키워드
공동체, 품앗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김치, 절임배추
※ 출처: 한국민속대백과사전, 국립민속박물관 (무단전재 -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