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개
[겨울] 대나무
대나무
맹종죽
왕대
이대
정의 벼과Poaceae 대나무아과Bambusoideae에 속하며, 풀과 나무의 속성이 있는 상록 식물의 총칭. |
내용
대나무는 대라고도 하며, 한자로는 죽竹이라고 한다. 한국에 자생하는 대나무의 종류와 내용은 자료에 따라 4속에서 5속, 종은 10종에서 70종까지 편차를 보인다. 학명·식물명·속명에서도 상호 불일치 사항이 제법 있다. 대체로 일치하는 내용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일반적으로 많이 접하는 대나무의 속은 크게 왕대속, 조릿대속, 이대속, 해장대속으로 분류된다. 일상에서 많이 재배되고 쓰이는 대표적인 대나무의 종으로는 왕대속의 왕대, 죽순대, 솜대, 오죽이 분포한다. 조릿대속으로는 조릿대와 소수이지만 지역에 따라 제주조릿대, 울릉도의 섬조릿대, 함경도의 신이대가 있다. 왕대 못지않게 공예품의 재료로 많이 쓰이는 이대속의 이대와 해장죽속의 해장죽도 있다.
모든 대나무가 죽제품 재료와 깊은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활용도 입장에서 살펴봤을 때 왕대는 가장 다양한 죽제품 재료로 쓰였다. 쌀에서 돌을 골라내는 도구인 조리를 만들 때 쓰이는 대나무라 하여 붙여진 조릿대, 담뱃대와 관련 깊은 오죽, 화살대[矢竹]라고 불리는 이대, 발簾을 만드는 재료인 해장죽처럼 대나무는 다양한 기물의 재료로 활용되지만 특정 공예품 제작 활동에 더 선호되는 종이 있다는 점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와 달리 죽순대와 솜대는 많이 식생하고 흔히 볼 수 있는 대나무 종류이지만 의외로 죽제품 재료로 많이 선호되지는 않는다. 특히 맹종죽이라는 별칭으로 더 많이 불리며 시각적으로 왕대와 많이 혼동하는 죽순대는 무른 성질 때문에 죽제품 재료로 다양하게 쓰이지 못하고 주로 죽순을 식용하는 방식으로 쓰인다. 솜대는 표면에 반점이 있어 반죽斑竹이라고도 하는데 낚시대와 같은 일부 일상 도구나 왕대의 대체재로써 제한적으로 쓰인다. 오죽烏竹은 검은색에 가깝지만 보라색을 띠기에 관상용이나 담뱃대 등 공예품 재료로 쓰였다.
왕대속의 왕대, 솜대, 죽순대는 대략 15~30m까지 높게 자란다. 눈으로 구분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들은 가지와 고리가 각 2개인 왕대와 솜대, 각 1개인 죽순대로 구별된다. 이와는 달리 사람 키 아래로 자라는 조릿대, 2~5m 내외의 이대, 6~7m 크기의 해장죽은 왕대와 달리 얇고 작게 성장한다. 조릿대는 연필보다 작은 두께이고 이대는 이보다 좀 더 두껍다. 해장죽은 이들보다 더 커서 성인 엄지손가락 정도의 굵기이다.
역사적으로 대나무는 조경뿐만 아니라 일상생활과 문화, 식용으로 널리 활용되었으며 지금도 여전히 우리에게 친근한 식물 중 하나이다. 흔히 대나무가 자라는 곳을 대숲이라 하지만 대나무가 많이 자라는 삼남지방에서는 대밭이란 이름을 사용한다. 이러한 점은 대나무의 쓰임이 감상과 의미를 활용하는 문화적 단계를 넘어 적극적인 조림 같은 농업을 통해 좀 더 복잡한 부산물의 생산과 소비라는 경세적인 것과 연계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삼남지방의 대나무·닥나무·옻나무·뽕나무의 재배 현황과 관리 및 조정 등을 기록한, 1790년(정조 14)에 편찬된 삼도 감사들의 보고서 『저죽전사실楮竹田事實』의 존재는 조선시대에 대나무가 국가의 중요한 자원과 경세제민의 도구 중 하나로 인식되었음을 의미한다. 물론 맹종죽의 고사를 통한 효孝나 선비의 절개를 상징하는 것과 관련된 유교적 관점의 문화 전반에서 대나무는 역사적·문화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으나 한국 전통사회 산업 및 공예기술 영역에서 또한 그 이상의 중요한 관계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처럼 대나무는 오래전부터 우리 일상에서 활용도가 매우 다양하였으며, 우리 문화, 경제, 생산 활동과 깊은 관계를 맺어 온 중요한 식물이며 자산이고 유산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는 대나무로 제작된 기물의 종류와 지역에 관한 내용으로 기록되었다. 조선 후기 실학자 풍석 서유구의 형수인 빙허각 이씨憑虛閣 李氏가 쓴 『규합총서閨閤叢書』(1809)에서도 팔도산물 항목을 통해 살필 수 있다. 이 기록에서 부채는 남평(전라도 남평군, 현재 전라남도 나주시 남평읍 일원)과 옥과(전라도 옥과현, 현재 전남 곡성군에 편입됨), 채죽상자는 담양, 활은 거제, 담뱃대는 동래와 부산, 장대竹竿는 나주, 오죽설대[烏竹竿竹](오죽으로 된 담뱃대의 중간부분)는 영광, 갓(양태)은 통영, 간죽竹竿(담배설대)는 금화, 연죽煙竹은 부산, 가는 대[細竹]삿갓은 담양산을 높게 평가한다고 나온다.
2022년 현재 대나무를 주재료로 각종 전통 공예품을 만드는 장인은 매우 많다.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 중에서도 합죽선을 만드는 김동식 선자장扇子匠, 화살을 만드는 유영기·김종국·박호준 시장矢匠, 대오리를 엮어 고급 상자를 만드는 서신정 채상장彩箱匠, 발을 만드는 조대용 염장簾匠 등이 그 대표라 하겠다.
특징 및 의의
한민족에게 대나무는 효와 충의 상징으로서 전통 문화적인 의미가 매우 크다. 이와 더불어 전통사회의 경세적 측면에서도 대나무는 재배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제작과 소비가 이루어졌기에 일상생활과 공예기술에도 매우 중요한 존재였다.
다만 대나무 명칭에 대한 혼선은 자주적 근대화가 좌절된 이후 전통지식체계가 새롭게 유입된 정보와 학문 체계의 일방적 입장에서 이해되거나 해석되다 보니 여러 가지로 지식 출처에 따라 혼돈되는 영향과 매우 밀접해 보인다. 예를 들어 죽세품 재료에는 시누대라는 대나무 명칭이 거론된다. 자료에 따라 조릿대·이대·해장죽의 별칭을 시누대라고 기록하고 있다. 때때로 조릿대는 산죽이란 별칭, 해장죽은 해죽이란 이름으로도 불리고 있다.
그런데 전통지식에서 언급되는 시누대란 명칭과 현대 지식체계에서 분류된 대나무 종의 이름이 출처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시장矢匠은 적정 재료의 대나무를 산죽·울죽(울타리죽)·해죽(해변죽) 등 생장 환경으로 변별하거나 금죽(1년생)·과년죽(2년생)·구죽(3년생)의 연수에 따른 대나무의 섬유질 상태로 구별한다. 이러한 전통용어는 현대의 식물분류학적 용어와는 기준이 많이 다를 수밖에 없지만 이에 대한 주의는 매우 소홀하여 교차 확인되지 못한 채로 제각기 기록되며 쓰이고 있는 셈이다.
※ 출처: 한국민속대백과사전, 국립민속박물관 (무단전재 -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