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개
[가을] 허수아비
허수아비
허수아비
정의 곡식을 해치는 새나 짐승 따위를 막기 위하여 막대기와 짚 따위로 만들어 논밭에 세우는 사람 모양의 조형물. |
내용
조선 중기에 편찬된 중국어 번역 사전인 『역어유해譯語類解』(1690)에는 중국의 허수아비를 나타내는 단어인 ‘적금초인赤禽草人’을 ‘정의아비’로 해석하고 있다. 그 이후에 나온 번역서인 『방언유해』(1778), 『한한청문감韓漢淸文鑑』(1779), 『몽어유해蒙語類解』(1790)에서도 ‘초인’을 ‘정의아비’로 적고 있다. 정의아비가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지만, 19세기 중엽에 쓰여진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도 등장하는 것을 보면 그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허수아비’란 단어 대신 ‘정의아비’라는 말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허수아비는 나무막대기나 짚 또는 새끼 등을 이용하여 십十자형으로 뼈대를 만든다. 짚이나 새끼를 뼈대에 덧붙여 머리 형상을 만들고, 숯이나 먹물로 눈•코•입 등을 그려 넣는다. 그다음 헌 옷을 입혀서 논밭에 세워둔다. 허수아비의 형상 가운데 원형에 가까운 것은 장대를 든 농부의 모습이다. 새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은 농부이며, 농작물에 가까이 가면 장대에 맞아 죽게 될 것이라는 공포심을 주기 위해서 새를 쫓는 장대를 들고 있게 하였다. 여기서 조금 나아간 형상이 사냥꾼의 모습이며 사냥꾼도 활에서 총을 든 모습으로 바뀌었다. 허수아비의 모자도 농부의 밀짚모자에서 시대의 변화에 따라 중절모자•운동모자 등으로 바뀌고, 허수아비에게 입히는 옷도 한복에서 양복•일반복으로 바뀌는 경향을 보인다.
허수아비를 외다리로 만들어 꽂아 두는 이유는 허수아비가 잘 흔들려서 살아 있는 듯 보이게 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허수아비 양손 끝에 깡통과 헝겊을 매단 새끼줄을 건 것도 바람에 새끼줄이 흔들리면서 깡통소리와 함께 헝겊이 너풀거려 새들이 깜짝 놀라서 달아나게 하기 위함이다. 천이나 종이로 매 또는 솔개 모양의 허수아비를 만들기도 한다. 바람에 갑자기 날아오르는 이 ‘조류’들에 기겁한 참새들이 놀라 달아나게 된다. 새의 생태를 깊이 이해한 뒤에 만든 허수아비라야 제구실을 할 수 있다.
허름한 차림으로 논가에 서 있는 허수아비의 모습을 근거로 그 유래를 말해 주는 전설도 있다. 계모의 학대로 집에서 쫓겨나 남의 집에서 머슴 노릇을 하는 불쌍한 아들 ‘허수’를 찾아다니다가 거지가 된 허수의 아버지가 아들이 일하는 논둑에 쓰러져 죽었는데, 새들이 허수의 아버지를 보고 날아들지 않아서 그 뒤부터 사람들이 새를 쫓기 위해 허수의 아버지 모습을 한, 곧 허수아비를 만들어 세우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계모의 학대—아들의 가출—아버지의 죽음—아버지의 현신顯神으로 구성된 허수아비 전설은 죽은 이의 시신을 대신하는 초우草偶와 허수아비의 기능이 결합된 듯하다.
특징 및 의의
허수아비는 지역에 따라 ‘허재비’ ‘허사비’ ‘허깨비’라고 부른다. 이들 명칭에서 ‘가짜’라는 의미가 강하게 나타난다. 제구실을 잘하지 못한 채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사람, 허울뿐이고 쓸모가 없거나 실권이 없는 사람을 빗대어 허수아비라고 일컫는 것도 그 때문이다.
※ 출처: 한국민속대백과사전, 국립민속박물관 (무단전재 - 재배포금지)